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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이해하는 기억, 죽음,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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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식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인간의 지식에 대해 논할 때 ‘기억’이라는 개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먼저 ‘기억’이란 것은 의미적인 깨달음과 감각적인 깨달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억이란 의미적인 것의 깨달음에 대한 보존을 칭하는 것으로 근원적인 감각에 대한 즉각적인 인식들을 기억하는 감각적인 기억보다 지식에 더욱 가깝고 끊임없이 재기억을 반복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가 진부해지고 지루해지고 타성에 젖어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다시 처음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원했으나 동일한 악순환을 겪게 되고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기억은 지우는 것이 가능하고 감각적인 것과 사랑에 관한 의미적인 것들까지 전부 삭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 ‘파이널 컷’에서는 의미적인 것에 깨달음에 대한 보존이 아닌 시각적인 감각들, 즉 즉각적으로 인식되고 특정한 지식에 무관한 것들까지도 전부 기억된다. 오히려 감각적인 기억들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널 컷’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억뿐만이 아닌 더 큰 의미에서의 기억을 다루고 있으므로 작품 속 고인의 기억을 열람하는 사람들은 더욱 신적인 위치에 설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를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을 편집하고 가공함으로써 재기억을 탄생시키는 에디터들은 신보다도 높은 위치에 서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구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재기억의 과정은 과거의 기억에 대한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죄의식과 죄책감 등을 재기억의 과정을 통해 제거함으로써 선량한 존재로 구원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원이 진정한 구원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원은 과거의 죄가 있는 존재를 반복된 신앙으로서 구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된 신앙은 그리스도교 등 여러 종교에서 구원을 위해 제시하는 일종의 방법론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에 ‘파이널 컷’의 구원은 단지 제3자의 개입과 의도적인 행위만으로써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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