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시인의 `이미 망한 生` 을 읽고
- 최초 등록일
- 2009.07.10
- 최종 저작일
- 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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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이 글은 박상우 시인의 시집, 이미 망한 생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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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소리에서 발전한 인간의 언어가 문학의 밑바탕에 있다고하는 다소 상식적이고 비약적인 추론일 것이다. 다시, 보편적인 문화인류학적인 지식을 빌어, 허파에서 나온 바람이 성대를 울리고, 그리하여 밖으로 나온 소리에 내용을 갖게 된 것은 인류의 직접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때였다. 공동 집단 사냥을 할 때 서로의 의사소통이 어떤 방법으로든 필요했고, 급기야는 내용을 담은 간단한 소리, 즉 언어를 고안해 냈다.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사냥감의 이동 방향을 가리킬 때, 혹은 사냥감을 향한 공격 시에 어떠한 소리를 담보해서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소리를 약속하고, 그렇게 그러한 소리를 냈을 것이다.
면벽(面壁)
한 천 년 동안
벽에게 못이 박히도록 말을 했지만
벽은 알아듣지 못한다
내 말이 산스크리트어 같기 때문인가
히브리어 같기 때문인가
아니, 벽에는 못이 박힐 귀가 없기 때문이다
내 말이
벽에 구멍을 내는 날,
벽에도 귓구멍이 생기리라
그런데 박상우 시인은 시라는 형식을 빌어, ‘면벽’을 통해 소통하지 못하는 소통의 간절함을 이야기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을 만들었다. 사람이 스스로를 차단하기 위해 형성한 벽을, 또 다른 단절의 의미를 갖는 것은 참으로 묘한 뉘앙스다. 박상우 시인은 그러한 삶의 공간인 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리는데 그 다스림의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면벽을 통해 갖는 삶의 깊이, 내가 나를 뛰쳐나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시어는 시 속에서 면벽(面壁)한다. 그래서 시어는 시 안에서 살아가며, 은유나 상징, 혹은 다른 힘들을 발휘하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도 하고, 힘없이 시들시들 목숨을 부지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박상우 시인의 ‘이미 망한 生’ 이라는 시집을 읽고, 시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시인의 시어는 너무 평이하고, 일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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