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중경삼림의 단편들-왕가위 영화와 박정대시를 중심으로-
왕가위의 영화와 박정대의 시는 서로 닮아있다. 실제로 박정대는 시작(詩作) 시(時), 왕가위 영화의 모티프를 드러내놓고 따오기도 했다. 물론 왕가위가 박정대의 시를 참고로 ‘중경삼림’을 연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이 서로 닮아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약간의 시간적․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영상과 문자를 다루고 있다. 본고에서는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과 박정대의 시집 <단편들>을 중심으로 왕가위와 박정대의 작품에서 그들의 감수성의 근저가 무엇이며, 그 공감대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 알아보도록 하겠다.
목차
1. 서론2. 1997을 기점으로 한 old & new -유통 기한의 만료
3. 이미지화 하는 방식
3.1. 익숙함의 변주를 통한 혼란.
4. 대중 문화 속 군중 속의 고독과 외로움
5. 대응 방식 -홍콩인들의 홍콩, 박정대의 홍콩, 그들의 홍콩
6. 결론
본문내용
1997년. 영국이 1842년 난징조약으로 강탈해간 섬 홍콩을 중국에게 반환한 해이다. 특히 홍콩인들에게 ‘1997’이라는 숫자는 보통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상 영국의 지배가 끝나고 자신들의 터전이 중국에 반환될 시기가 다가오자 홍콩인들은 불안해했을 것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중국이면서 중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홍콩인들이(약 40만명) 1980년 이후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나카지마 미네오, <Hong Kong a Fading City State :홍콩의 미래>, 김유곤 옮김, 도서출판 우석, 1997, p.44 참조반환 협상은 1982년부터 시작되었고, 홍콩인들의 관심은 한 세기 전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 것인가에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완전히 새롭게 바뀔지 혹은 거의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 인지,로 옮겨진다. 그들의 불안과 초조함, 허망함(mixed feeling)은 1980년대 중반이후 홍콩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첨밀밀>이나 <중경삼림>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시간적 배경은 1997년이 다가오는 홍콩이다. 영화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고, 네 명의 주연배우가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는 경찰인 223(금성무)와 마약 밀매상(임청하)의 이야기이다. 233은 이별한 날부터 여자 친구가 좋아하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은다. 통조림들의 유통기한은 모두 5월 1일이다. 공교롭게도 5월 1일은 그의 생일이다. 그는 만일 자신의 나이와 같은 30개의 통조림을 다 먹을 때까지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사랑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4월 30일 저녁에도 유통기한이 2시간 밖에 남지 않은 통조림을 찾던 그는 내일이면 유통기한이 지나는 통조림을 모조리 먹어치운 뒤 술집에 처음 들어온 여자와 사귀기로 마음먹는다. 그 여자는 마약 밀매상인 임청하다.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보스에게 권총세례를 퍼붓는다. 애인이 떠나고, 자신을 돌봐주던 보스에게 배신을 당한 그들은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경찰관 633(양조위)과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하는 점원 아미(왕정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가게에 있을 때면 언제나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크게 틀어놓고 캘리포니아로 떠날 꿈을 꾼다. 경찰관 633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633의 옛 애인이 가게에 맡기고 간 이별의 편지를 보게 된다. 아미는 양조위가 없을 때마다 편지 안에 동봉된 633의 맨션 키를 가지고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옛 애인의 흔적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우연히 자신의 집에서 아미를 발견한 633이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고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었을 때에, 아미는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633은 경찰직을 그만두고 패스트 푸드점을 인수한다. 마침내 스튜어디스가 되어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 아미는 그를 찾아온다.
를 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1997년은 또한 시인 박정대가 그의 절판된 첫 시집을 처음 펴낸 해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우리 시대의 문화 현상을 읽기 위한 방법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제시한다. 특히,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뚜렷하게 구분하던 경계가 모호해지고 대중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가는 현상 자체를 포스트 모던한 현상 중의 하나라 보고 있다. 문화․예술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요소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은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칠게 말해, 90년대 이후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잡는다면 거대 담론의 와해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동시대의 문학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몇 몇 이들에 의해 유통 기한의 만료 선고를 받은 90년대 이후의 한국 문학에서 ‘특히’ 순수 문학을 지향하려는 시와, 보다 많은 이들과의 보편적인 코드를 지향하는 대중문화는 어쩌면 서로 등을 돌린 채 반대편으로만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나카지마 미네오, 김유곤 역, <Hong Kong a Fading City State :홍콩의 미래>, 우석, 1997박정대, <단편들>, 1997, 세계사
서인숙, 스크린, 1995년, 12월호, p.295
성현자, <비교문학의 영향 연구>, 2000, 인문학지 제 20호
최민성, <한국 현대시의 영화적 기법>, 1999, 한양어문 제17집
황보성진, <왕가위 작가 연구>, 2001년, 한양대학교 석사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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