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아담이 눈 뜰 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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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타자기

나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는 사라졌던 것이다. 어딘가, 우주 그 속에 무언가가 되었든 또는 그렇지 않든.
그는 아담이다. 처음 그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은선이 그렇게 불러주었고 아담이 되었다. 그가 열 아홉 살,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세상에서 얻고자 하는 전부.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는 끝없이 사정해야만 했다. 처음 중년 여성이 그의 이미지를 원했던 그 때부터 역겨운 남자의 탐욕에 몸을 더럽히던 그 때까지 아담은 살아서 일어나야만 했고 더 없이 이기적이어야만 했다. 그런 그에게 세상에 준 것은 ‘사춘기’없는 뭉크화집과 80만원 짜리 턴테이블이었다. ‘사춘기’없는 뭉크화집은 그에게서 ‘사춘기’를 빼앗아갔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기 때문인가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이 소설이 꼭 그 애매한 질문처럼 다가왔다. 여기서 아담은 뭉크화집에 존재하지 못하는 ‘사춘기’를 접하게 된다. 그는 세상에서 배설함으로 그가 원했던 것을 얻어내지만, 오히려 세상은 그에게서 ‘창작’을 앗아가는 것이다. 사춘기의 혼란함 속에 억압된 그의 성욕은 창작을 통해 발현되었고 세상으로 나왔다. 그 때 성욕이 갇혀있던 여린 몸은 어른이 되면서 사그라진다. 세상 속 ‘현대’라는 괴물은 그를 스피드와 혼란이 남발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 집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가 가진 것은 불완전한 꿈뿐인데도 말이다.

참고 자료

아담이 눈 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