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실존적 의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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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정신과 박사 ‘정혜신’이라는 사람이 있다. 정혜신은 2년 전부터 어느 절방에서 5공화국 시절 감금되어 고문당했던 사람들을 치유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혜신이 들었던 사연 중에 가장 끔찍한 사연을 가진 이들. 고문 후 모든 경제, 사회적 지위는 물론 자기 자신의 존재감마저 파괴당한 이들은 사회에 대한 증오, 원망, 분노, 공포감이 어느 누구보다 심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고문 피해자들에게 2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고통스러워서, 빨갱이라고 매도당할까봐서 제대로 한 번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한 그 때의 기억을 한 사람 한 사람 꺼내놓으며 자기 자신의 고통, 상처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과정이 치유를 일으켰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돈을 또 다른 고문 피해자에게 기부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정신, 육체적 고통을 동시에 극한까지 받은 이들이 이렇게 세상 앞에 나서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통의 실존적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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