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작품 `뷔용의 부인`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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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용의 부인 감상문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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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가정이 없다면? 아버지들은 가장으로서의 모든 고뇌를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을 것이고, 어머니들은 근대 가족제도에 내재되어 있는 착취구조에서 해방될 것이며, 자식들은 부모들의 못된 습성들을 내면화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라사대, 가정의 파괴는 모든 이의 행복이다.
국가를 가족제도의 확장된 형태로 보는 동아시아권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다가는 역적 소리 듣기 딱 좋다. 가장에 대한 부정은 국가 수장에 대한 부정이다. 동아시아권에서 효가 으뜸의 덕목이었던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유독 심성이 곱고 예의발라서가 아니라 단지 이런 국가-가족 이데올로기에 충실했을 뿐일 게다. 이런 도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독신주의자들은 생식을 포기한자들로서, 부국강병 논리를 져버린 사악한 자들로 취급받고 있지 않은가. 오순도순 즐겁게 보내야 할 명절이 독신남녀 압박 대회로 변질되어 버린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7,80년 전에, 그것도 국가이데올로기가 가장 활개를 치고 있을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에서 다자이 오사무, 가정의 행복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떠벌린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집 <뷔용의 아내>에 등장하는 모든 아버지들은 인텔리 계층이면서도 하나같이 무능력하고 못돼먹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큰소리 치는 법은 잊지 않는다. 사실 이 무능력한 가장들이 쓸쓸해지는 순간은 이렇게 큰소리 칠 때이다. 거부할 수 없는 굴레에 대한 절대긍정을 통해서만이 거부의 제스쳐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가장들의 행태를 낱낱이 보고하는 아내들의 어조가 하나같이 차분하고 담담하다는 것. 가장들은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왜소해진다. 아내들의 이런 무표정은 이들이 처한 객관적인 비극과 대조를 이루면서 그들의 남편들은 때로는 희극적으로 때로는 더욱 비참하게 묘사된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마 마조히스트(Masochist, 피학 성욕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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