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그의 시 바람이 불어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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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을 참 좋아한다. 바람이 불면 자연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한적하기만 하던 산과 들이 나부끼며 저마다의 할 일을 해낸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꽃은 꽃가루를 실어 보내고 뿌리들은 바람에 뽑히지 않게 뿌리를 깊게 박는다. 따뜻한 날 부는 산들바람은 나마저도 생동감 넘치게 해준다.
거세게 부는 바람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즐겨 쓴다. 종종 마음이 아픈 것을 바람에 빗대어 말하는 것에 쓰는데, 대개 마음이 아픈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요소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아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나 이외의 것이 나의 희망을 사라지게 한다거나 기대를 무너뜨리거나 예상과 다르게 흐른다거나 할 때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바람이라는 것은 어디선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불어와 나를 스쳐간다. 때로는 약하게도 불지만 때로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도 분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 어지러이 감싸고도는 속성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마음의 상처와 바람에 어떤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여름과 가을사이 나를 혹독하게 할퀴고 간,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도 어쭙잖게 그렇게 하찮게만 끝나버리고만 감정에도 난 덧없는 청춘의 바람이라는 수식어를 심어주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밑줄과 별표를 쳐가며 접하곤 했던 윤동주의 시를 살펴보던 나의 눈에 이 시는 다른 시보다 더 가깝게 다가왔다.

이 시에서 나타난 바람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종종 사용했던 아픔의 의미일까? 아니면 기분마저 들뜨게 만드는 상쾌한 바람일까?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싱그럽고 상쾌한 바람은 아닐 것 같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무채색으로만 그려진 칙칙한 그림이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 때문인지 바람마저도 약간은 부정적으로 느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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